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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분석/시황분석

시황진단_시골의사_매일경제_20080420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 오피스텔에서 '시골의사' 박경철 씨(43)를 만났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때만 해도 '정치에 입문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지만 "정치는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처음 약속대로 다시 증시로 돌아왔다. 집무실 책상에는 원고작업 흔적이 역력했다. 박씨는 "상반기 중 책 3권이 출간될 예정"이라면서 "정말 재미 없는 내용만 있다"며 크게 웃었다. 이번에 출간되는 책에는 주식 역사와 함께 기술적분석론, 기업가치분석론, 파생상품, 투자심리학 등 주식투자와 관련된 자신의 지식과 경험 모두를 쏟아놓겠다고 말했다.

'재야 고수'로 불리는 그였기에 다짜고짜 "지금 뭐 사야 됩니까"라는 다소 노골적인 질문을 던져봤다.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변이 왔다.

"연말까지 삼성전자, 현대차, 국민은행 또는 신한금융지주 3종목만 지켜보면 될 것 같은데요. 뭐,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요? 좀 다른 게 있다면 정보기술(IT)보다 금융업종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정도? 하여튼 연말까지는 무난하고도 쉬운 장이 될 것 같습니다."

항상 제도권 증시전문가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던 그였기에 답변이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쉬운 장'이라는 표현에도 쉽게 동의하기 힘들었다.

"너무 뻔하니까 기분 나쁘죠? 모두가 삼성전자, 현대차, 국민은행 사면 연말쯤에는 무조건 수익 낸다고 하니까 오히려 이상하죠. 근데 분명 이거 말고는 다른 정답은 안 보여요. 그러고 보니 저도 기분은 조금 나쁘네요(웃음). '쉬운 장'이라고 말한 건 예측하기 쉽다는 것이고요. 투자자들은 연말까지 매일, 매주가 힘들 수 있어요. 3개 종목만 잡아 20%대 확실한 수익을 잡겠다고 덤볐으면 믿고 버티는 수밖에 없어요."

◆ 저점 알 때가 가장 쉬워

= 특히 박씨가 "쉽다"고 표현한 데는 현 상황이 종목은 물론 코스피지수까지 저점을 알고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 삼성전자 55만원, 현대차 6만2000원, 국민은행 5만3000원 등 로스컷(손절매) 지점이 확연하게 드러나 있다는 이야기다. 국내 증시 역시 마찬가지다. 코스피지수 1580선대가 갖는 저점선 또한 뚜렷하다. "주식투자를 가장 편하게 할 때가 바로 언제 로스컷할지 정해져 있을 때입니다. 저는 삼성전자가 80만원은 갈 거라고 보지만 55만원으로 밀리면 바로 팔 것이란 전략도 세우고 있거든요. 현대차는 10만원은 쉽게 넘을 겁니다. 하지만 6만원대 초반이 되면 팔 거고요. 이렇게 마음 먹으면 투자가 쉬워져요. 현 상황은 정말 참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저점이 확인되는 시기입니다."

금융주에 대해서는 더 많은 신뢰를 보였다. 여름을 지나 하반기에 돌입하면 은행업종이 먼저 오르고 이어 연말로 가면 증권업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그 자체로 실효성을 갖고 있는 호재라는 의견을 보였다. 특히 전북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인수ㆍ합병(M&A) 테마를 놓고 철저한 분석을 해두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중국, 경제와 증시 동일시하면 안돼"

 
= 물론 박씨가 장밋빛 전망만 하고 있지는 않다. 펀드시장에 대해서는 1800선에서 상당한 환매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중국 기업들 성장성과 회계시스템을 너무 자신하지 말라는 충고도 했다. "중국 경제와 중국 증시를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말도 전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에 대해서도 신중했다. 막판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서브프라임? 분명 해결되죠. 잘 될 겁니다. 문제는 그때까지 어떤 변수가 추가적으로 나오느냐 하는 건데요. 가장 큰 변수는 씨티은행 부도입니다. 이거 터지면 완전 끝이죠. 무조건 증시판에서 나와야 합니다."

국내 조선업종에 대해서도 "바로 매도하라"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조선업은 그 간 마지막 불꽃을 태운 것이며, 이제 중국 등과 같은 2차산업 국가들에 바통을 넘겨줄 시기라고 평가했다.

◆ "관리비ㆍ세금 떼면 연 수익률 마이너스"

= 이명박 정부 시대 부동산 투자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뉴타운 열풍 속에서 무조건 증시만 쳐다보고 있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상가는 몰라도 아파트로 투자하는 시기는 끝났다"면서 "세계 어느 나라도 3차산업 시대로 돌입한 시기에 중산층이 10억~15억원을 깔고 앉아 살아가는 곳은 없다"고 했다.

"지금 강남에서 16억~20억원 하는 40평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입니다. 소비하는 사람들과 투자하는 사람들이죠. 이 중 소비하는 사람들은 교환가치가 아닌 '이용가치'에 20억원을 내는 거예요. 이 사람들은 '제네시스 20대 가질래? 마이바흐 1대 가질래?' 하면 마이바흐 1대 갖는 이들이고요. 그런데 투자목적으로 거기에 살고 있다면 빨리 나와야죠. 전세 살면서 남은 돈으로 주식하는 게 훨씬 좋은 투자입니다."

그는 또 "20억원 강남 아파트 연 수익률은 관리비와 세금을 포함하면 -1%도 안 나올 것"이라면서 "소비 대상으로는 최고지만 투자처로는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원자재 투자에 대해서는 긍정적 의견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은 기본적으로 ±15% 변동성을 갖고 있어 이를 감내할 투자자만 접근하는 게 좋다"면서 "인플레이션 염려가 크고 자원부족 현상도 심화되기 때문에 원자재값은 당분간 꾸준히 오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