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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분석/시황분석

한국과 미국 구조조정의 속도는_김학균_한국투자증권_20081204

■ 좋은 소식 – 미국 모기지 금리 빠르게 하락

 

지난 2주 동안 미국 모기지 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모기지 금리는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데, 최근 발표치인 11월28일자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는 5.47%까지 떨어졌다. 한주 전 5.98% 대비 0.51%p나 하락한 것이다. 단기 고점이었던 10월10일의 6.47%에 비하면 1%p나 떨어진 셈이다. 정책 금리를 내려도 꿈쩍도 안하던 시장 금리가 뒤늦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 미국 금융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전

 

10월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연이어 정책 금리를 낮췄음에도 시장 금리가 고공권에서 머물렀던 것은 금융 구조조정이 충분히 진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실로 인해 훼손된 장부(book)를 복원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해왔다. 2007년 3분기 이후 세계 금융사들의 모기지 관련 자산 상각액과 신규 자금 조달 규모는 비슷하다.

 

이는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금융 기관이 신규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이는 모기지 부실 등으로 인해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복원시키는 데 그쳤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1월25일자 기고문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신용위기는 금융 기관을 통해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회생 가능한 금융 기관들의 자본 확충과 부실한 금융 기관의 퇴출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금융 구조조정이 충분히 진행돼야 신용 위험은 완화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은 빠르게 진전됐다. 미국의 상장 금융주들 중 자산 총액이 3천억 달러 이상인 종목은 모두 14개이다. 이들 중 부실 금융사 8개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됐던 씨티그룹의 경우 미국 금융주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그야말로 대마(大馬) 중에 대마이다. 씨티그룹의 처리가 일단락될 경우 부실 금융사들의 정리도 일단락되는 것으로 볼 필요가 있다.

 

 

 

 

■ 미국 제조업 구조조정 – 금융 구조조정에 투입된 자금의 1/3 정도 필요

 

미국의 금융 구조조정이 일단락된다고 하더라도, 자동차를 비롯한 실물 부문에서의 구조조정은 더 필요하다. 미국 상장 제조업체 중 주가의 절대 레벨이 낮은 종목들을 잠재적 부실 종목군으로 분류해 실물 구조조정에 소요되는 자금의 규모를 가늠해 보았다. 미국에서 절대 주가 5달러 미만의 종목들은 계속 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을 의심받는 종목으로 볼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제조업체 중 주가가 5달러 미만인 종목군은 모두 1,505개사에 달하는데, 이들 종목의 정상화에는 4,304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4,034억 달러는 5달러 미만의 주가를 가진 종목들이 부채비율을 200%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 조달해야 할 금액이다.

 

미국 제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200% 내외이다. 또한 부채비율 200%는 10여년 전 한국의 위기 국면에서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었던 IMF가 한국 기업들에게 권고했던 사항이기도 했다. 그런데 부실 종목들은 대차대조표 상의 자기자본과 부채를 감안해서 필요 자본액을 계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장부 자체가 부실화돼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한 종목의 시가총액은 대차대조표의 자기자본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야 한다(PBR 1배 부근에서 주가가 형성). 그렇지만 상당수 저가 종목들은 시가총액 규모가 자기자본보다 훨씬 적다.

 

 

미국의 대형 통신업체인 스프린트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2008년 3분기 말 기준 스프린트의 대차대조표 상 자기자본은 219억 달러이다. 그렇지만 시가총액은 71억 달러에 불과하다. PBR(주가/주당순자산 = 시가총액/자기자본)은 0.3배이다. 그런데 스프린트의 주가는 2.5달러에 불과하다.

 

이런 경우 스프린트의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다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기업의 대차대조표가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 즉 장부 상의 순자산가액은 219억 달러이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숨겨진 부실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가치가 71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의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정상적인 수준에서 형성돼 있어야 한다. 절대 저가 수준까지 떨어진 종목의 저PBR은 오히려 장부 가치의 신뢰가 크게 떨어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종목들에게 의미가 있는 부채비율은 통상적인 대차대조표 상의 부채/자기자본이 아니라 부채/시가총액이 돼야 할 것이다. 자기자본보다는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시가총액이 더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법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규모를 추정해 봤다. 5달러 미만 종목군의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규모는 약 4,3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미 금융 구조조정에 1조4,000억 달러가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물 구조조정에는 금융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자금의 1/3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5달러 미만 주가를 가진 제조업체에 소속된 종업원 수는 521만 명이다. 이는 실업률 계산에 사용되는 미국 경제활동인구의 3.3%에 달하는 수치이다.

 

빌 게이츠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미국의 실업률이 10%에 이를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는데, 부실 종목들에 고용돼 있는 인원 수를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2008년 10월의 미국 실업률 6.5%) 한편 잠재적 부실 종목으로 볼 수 있는 5~10달러 주가대에 속해있는 종목들의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 조달 규모는 285억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한국에서의 과잉 레버리지와 구조조정

 

구조조정의 과제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IMF 체제 이후 한국의 명목 GDP 성장률은  6%대였지만,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14%대에 달했다.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은행 대출의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셈인데, 이는 경제의 어느 부분에서인가 부채로 유지되는 과잉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실물 경제의 성장 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한 은행 대출은 기업이 아닌 가계로 유입됐다. 신용 위험 상승에 따른 잉여 유동성 확보의 필요 등으로 지난 9월 말 기준 상장 제조업 부채비율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섰지만, IMF 이후 전반적으로 기업은 레버리지를 낮춰온 반면, 가계는 레버리지를 키워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디레버리징’ 과정은 가계 및 조선 등 일부 투자 과열 섹터들을 매개로 해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부동산과 중소기업 등 그동안 레버리지가 커진 영역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빠른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시키는 것이 주가가 추세적으로 오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국의 구조조정은 충분히 진행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직 한국의 경우는 실물 부문의 구조조정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상황이고, 이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최전선에 서있는 은행주 주주들이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그렇기에 독자적인 논리에 의한 한국 증시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금융 구조조정의 진전과 이에 따른 글로벌 증시 동반 반등에 묻어가는 정도가 최선의 상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묻어가는 상승일지라도, 미국 금융 구조조정이 진전되면서 모기지 금리 등 미국의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한국 증시도 이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다.

 

 

실물 경기는 하강하고 있지만 총량적인 유동성은 시장에 많이 풀렸다. 미국의 통화(M2) 증가율에서 산업생산 증가율을 차감한 잉여 유동성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문제는 신용 위기가 지속되면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총량적인 유동성의 규모는 늘어났지만 화폐의 유통 속도는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용 위기가 완화되는 국면에서야 유동성에 의한 강한 상승랠리가 나타날 수도 있다.

 

미국의 경우 씨티의 처리가 원만하게 이뤄질 경우 금융권 구조조정은 정점을 지나 끝을 가늠할 수 있는 국면에 접어드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직 제조업의 구조조정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금융권 구조조정의 진전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적지 않다. 한국 증시가 앞서가기는 힘들지만, 해외 쪽의 상황 개선에 묻어갈 수 있는 여건은 만들어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위의 글은 한국투자금융 수석연구원 김학균님의 글이다.

현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지와 자료가 적절하다.

우리의 문제점은 지나치게 많은 가계대출이며, 대출의 대부분은 부동산 및 주식 투자로 들어가 있다.

물론, 주택의 과잉공급에서 PF의 부실과 조선시장의 일시적 호황으로 신생사들의 투자 경쟁 등으로 건설, 조선, 금융에서도 부실이 존재해 있다. 그리고 키코관련한 중소기업, 현재의 신용경색으로 자금줄이 막힌 중소기업들도 부실화의 가능성이 커다.

대규모의 도산으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경맥동화의 맥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건설와 금융권의 구조조정인데, 필자 말대로 우리는 아직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대주단 협약의 문제도 늦어지고 있다.

금리의 인하나, 환율의 상대적 안정, 은행권의 PF의 인수 등의 정책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돌파할 수 없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더불어 유동성 공급, 그리고 재정지출를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 의지의 형태가 있어야, 신용경색이 어느 정도 풀리고, 풀린 자금이 시장내 승수효과를 일으켜 경기회복의 지점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일단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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