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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시장리뷰_시골의사_20080126

"이제 주가가 바닥에 도달했다고 봅니다."

' 시골의사'란 별칭으로 널리 알려진 박경철 안동 신세계병원 원장(44)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적립식 펀드 수익률에 쓰린 가슴을 달래고 있을 대다수 개인투자자에게 희망을 던졌다. 모두에게 위기일 때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박 원장을 만난 22일 오전 유난히 눈발이 거세게 몰아쳤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출발하더니 장중 한때 1578선까지 도달했다가 1600선에 겨우 턱걸이했다. 박 원장은 지난해 10월 초 코스피가 2000 고지를 찍은 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고점 대비 20%가량 조정을 한 번 크고 길게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당시 철강ㆍ조선 등 중국 관련주로는 더 이상 길게 장을 끌어올리기는 힘들다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후에도 계속 'GO(매수)'를 외치던 제도권 증권 전문가들과 달리 조정 가능성을 꾸준히 경고했다. 그랬던 그가 코스피 1600선까지 고꾸라진 상황에서는 반등을 예고한 것이다.

★국내 증시 PER는 10배가 적정 =

박 원장은 "이제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추가로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반드시 더 비싸게 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금리 수준을 고려해도 국내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기업 이익이 늘거나 신성장산업이 등장하지 않는 한 10배가 적정하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지난해 초부터 노출된 재료여서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박 원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은 명백한 손실 요인이다. 증시로 흘러들어갈 유동성이 글로벌 금융기관의 대손상각 처리를 위해 사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9ㆍ11테러는 무역센터를 파괴시키고 인명을 앗아갔지만 막대한 군수산업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냉정히 말해 미국 경제엔 호재였다"고 평가했다. 새로운 수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급락은 좋은 기회였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3년 내 삼성전자를 그 가격에 살 수 없다고 말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이 승리 =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할 시점이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박 원장은 "국내 증시가 올해 말까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충격에서 회복하고 고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대부분 펀드 투자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할 수준에는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조지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보다는 민주당 정권이 취할 국채 발행이나 재정정책이 미국 금융 시스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가치주 시대에서 성장주 시대로 패러다임이 이동한다고 주장해 왔다. 과거 IT 버블 때 IT 업종처럼 최근 조정장에서는 중국 관련주와 같은 성장주가 먼저 된서리를 맞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성장주는 아메바처럼 자꾸 바뀌는 법"이라며 "미래의 꿈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사람이 승리한다"고 말했다.

★펀드 운용사 윤리의식 필요 =

박 원장은 마치 작정한 듯이 기관투자가에 대해 쓴소리를 뱉었다.

그 는 "지난해 운용사들은 펀드 판매를 중단하고 추가 자금 불입을 거부하든지 포트폴리오를 방어주 위주로 재편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하반기 조정 시기에 운용사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은 불안을 감지하면서도 누구 한 사람 제대로 나서서 투자자들에게 경고한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간접투자 시대가 왔다며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라고 떠들었던 제 자신이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용기 있는 기관이나 증권사는 찾기 힘들었다는 후문이다.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기관은 주식을 살 수밖에 없는 논리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알리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상황은 2000년대 초 '바이코리아' 펀드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

★실물자산ㆍ파생상품 통한 자산배분 전략을 =

박 원장은 모두가 위기를 이야기할 때 기회를 잡을 수 있음을 몸소 입증해 보였다. 박 원장은 지난해 12월 말 선물옵션 '풋' 포지션에 투자했고 마침 1600선에 도달했던 22일 아침 청산을 했다.

그 는 9ㆍ11테러 이후 오랜만에 선물시장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99년 IT 버블 꼭지에서 선물을 매도하거나 9ㆍ11테러 당시 콜옵션을 사서 큰돈을 번 경험도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은행과 금융주, 통신, 전기가스나 실적 좋은 IT주를 주워 담으라고 조언한 대로 본인 주식 포트폴리오도 100% 전기 가스 등 방어주로 채웠다. 연말연초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선전했고 배당금은 톡톡히 챙길 수 있었다. 박 원장은 "개인들도 이제 금에 준하는 실물자산이나 파생상품 시장, 확정 수익을 주는 투자 아이템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자산 배분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전문가인 박 원장은 평상시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찬찬히 증시를 보는 시간은 하루 30분밖에 안 된다고 한다. 장 흐름만 파악하는 수준이다. 그는 요즘 통계학에 빠져 있다. 분포곡선을 통해 대중의 심리 시장을 이해해 보고 싶어서다. 그는 시장을 계량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시장을 분석해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