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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주식

증시 패닉시 지켜야 할 투자원칙_머니투데이_20080123

글로벌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급락이 투매를 낳고 다시 급락장이 연출되는 악순환이다. 경기 침체 우려와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도 속에 코스피지수는 장중 1600이 무너졌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신흥시장까지 세계 증시는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매수와 매도 중 어느 쪽도 결정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투자자들의 고통이 깊어지는 가운데 미국 투자정보 매체 모틀리 풀은 개인 투자자가 지켜야 할 투자 원칙을 제시했다. 주가 폭락 속에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기 십상이지만 다시 기본을 되새겨보자.

시장을 예측하려고 하지 말라

매주마다 수십 개의 종목이 10% 가량 위아래로 움직인다. 장기간 특정 가격대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종목도 있다. 어떤 종목이 한 주 동안 얼마나 오르고 내릴 것인가를 정확하게 점칠 수 있으면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다. 박스권에서 움직이는 종목을 찾아 정확히 저점에서 매수하고 고점에서 매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투자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일이다. 또 완벽한 투자 전략이기도 하다. 문제는 시장이나 주가를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특히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은 제멋대로다.

투자자들은 '갈지자' 걸음을 하는 단기 주가조차 맞힐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혀 차트를 펼쳐 놓고 저점과 고점을 예측하는데 골몰한다. 차트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 같지만 투자 결과는 그렇지 않다. 말 그대로 '제멋대로'다.

소중한 종자돈을 동전 던지기에 걸고 싶은 사람은 없다.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차트 위에다가 동전을 굴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수료·세금.. 비용을 우습게 보지 말라

거래 수수료와 세금이 소액 투자자들에게 '독'인데 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주식 차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지만 하루에도 수십번씩 매매하는 단타를 일삼하다가는 적지 않은 거래세를 부담해야 한다. 또 해외 주식을 직접 매매하면서 차익에 대해 총 22%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단기 매매를 하다가는 본의 아니게 '애국자'가 될 수도 있다.

사실 기관 투자자들이 펀드의 회전율을 높이는 데는 수수료 수입을 늘리려는 이유도 포함돼 있다. 어떤 형태로 투자하든 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비용 증가는 곧 이익 감소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가령, 같은 업종 내에서 미래 수익 전망이나 기업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두 개 종목을 단기 주가만 보고 번갈아 교체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다.

소문만 요란한 잔칫집은 멀리 하라

소문난 잔칫집이라고 해서 먹을 것이 많은 것은 결코 아니다. 요란한 분위기에 잔뜩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막상 대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차려진 것이 없어 당황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닷컴'이 세상을 바꿔 놓을 것이라는 환상이 주식시장을 지배하던 때가 있었다. 1999년과 2000년 사이 '닷컴'은 기존의 굴뚝산업이 이루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관련 기업도 고도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시중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였다. 증권업계는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는 닷컴 기업들의 적정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들이대기도 했다.

인터넷이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를 크게 바꿔 놓은 것은 사실이다. 또 일부 인터넷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나눠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이익으로 연결짓는 데 실패한 다수의 기업이 장외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졌고, 눈 먼 돈은 공중으로 사라졌다.

줄기세포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연구진들이 매진하고 있고, 인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 승패는 필요성과 별개의 문제다. 이른바 '황우석 효과'로 떠들썩하게 달아올랐던 바이오주 테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간접 투자에서 대표적인 예는 물펀드다. 물부족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처럼 지구촌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면서 '얼리 어답터'들이 관련 펀드로 몰렸으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다.

요란한 소문은 일정 부분 진실을 동반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혀 터무니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좋은 투자처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대다수의 인구와 관련된 문제든 아니면 정치나 기술적인 트렌드에 맞물린 것이든 트렌드가 곧 수익이라는 등식을 설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막연한 기대감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개별 기업 분석에 보다 힘써야 한다. 트렌드 속의 특정 기업을 정해 수익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 관련 업계에서 경쟁 우위를 지닌 기업은 어디인지 조사하는 것은 필수다.

투자하려는 기업이 경쟁사에 비해 어떤 강점을 지녔는지, 왜 트렌드를 주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때 베팅해도 늦지 않다.

주식투자는 카지노가 아니다

경우에 따라 주식 투자가 '돈 놓고 돈 먹는' 게임으로 느껴질 수 있다. 주식 투자를 오르든 떨어지든 50%의 가능성을 가진 도박 정도로 여길 수도 있다. 투자한 기업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아무런 분석도 하지 않은 채 베팅했다가 차익을 내는 경우도 없지 않다.

주식 투자를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는 발상 자체를 꾸짖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어떤 결과를 바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주식이든 카지노든 도박을 했다면 돈을 잃는 데 대해 억울해 하거나 화를 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 주식으로 투자 수익을 내려면 주식을 카지노처럼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투기 거래자와 같은 생각으로 베팅해서는 지속적인 승률을 올릴 수 없다. 기업의 적정가치를 이해해야 하고, 사업 전략과 중단기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 무엇인지도 꿰고 있어야 한다.

기업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주식으로 지속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